영어 원서 읽기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영어 책을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질문이었다. 단어 찾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으로 받을 질문으로 좋은 건 아니지만, 책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단어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나의 일관된 대답이었다.

정히 궁금하면, 책에서 아주 중요한 명사라던가, 아니면 동사라면 한 페이지 당 대략 두세 개 정도는 찾아도 된다고 했었다. 

 

몇 년간 계속된 원서 읽기를 하면서 내가 단어를 찾은 적은 거의 없다. 책의 흐름이 끊기는 걸 엄청 싫어하는 편이라 다시 읽을지언정 사전을 끼고 책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몇 번 온라인 북클럽을 하면서 새로 원서 읽기를 하는 회원님들을 위해 단어장을 만드느라, 네 XX 사전과 사전 웹사이트를 끼고 읽은 적이 있을 뿐, 개인 리딩이나 심지어 전공 공부할 때도 귀찮아서... 안 하는 편이었다. 

 

영어 원서를 읽기 시작한다면 어쨌거나 단어를 찾지 마시고 책을 보라는 조언은 많이 들어 봤을 거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굉장히 간단하다. 단어를 찾기 시작하면 영어 원서 읽기가 즐거움보다는 학습으로 되어 지루하고 실패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를 배우는 것은 방법도 중요하지만 얼마큼 내가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걸 막기 위해 주로 학습적인 면보다는 독서의 즐거움에 더 집중해서 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서는 Intensive Reading과  Extensive Reading으로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되는데, 

Intensive Reading <집중적인 독서>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국어 수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짧은 단락이나, 몇 페이지를 읽고 모르는 단어와 문장을 분석하면서 독해 질문에 답하는 독서 활동이다. 

미국에서는 대개 소설책 한 권을 이런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챕터 1-5까지 읽고 줄거리를 적고, 캐릭터 분석하고, 질문에 답하는 숙제가 나간다. 이런 수업이 학생들의 독서에 대한 흥미를 떨어 뜨려 소설책을 소설책으로 접하기보다 교과서로 인지 해버려서 결국엔 몇몇 학생들은 책 읽기를 멀리하게 되는 부작용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SAT나 ACT 테스트를 보려면 이런 독서 활동에 익숙해야 질문에 빨리 읽고 답을 할 수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편이다. 

 

Extensive Reading <광범위한 독서>는 집중적인 독서와 달리 독서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독서 활동을 말한다. 

어떠한 제약이나 가이드라인 없이 그야말로 독자가 이 독서 활동의 주체가 되어 취미 활동으로 읽는 걸 말한다. 

 

대개 Intesive Reading 집중적인 독서, 전통적인 방식의 읽기가 학교란 시스템에서 이루어 지기 때문에 책을 읽는 양이 많지 않은 반면, Extensive Reading 광범위한 독서, 즉 자발적인 읽기는 수업 이외의 활동이라 독자가 책을 읽는 양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모르는 단어를 하나하나 찾는 원서 읽기는 대략 Intesive Reading 전통적으로 우리가 받는 영어 수업에서 하는 읽기가 되는데, 그렇다고 개인이 주도적으로 하는 영어 원서 읽기가 독서의 재미를 놓치는 건 아니지만, 간헐적 단어 찾기는 읽기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그래서 대략 자발적인 읽기에 비하면 작가의 주제 전달을 이해하고 캐릭터들의 연계관계, 또는 글의 스타일에 집중해서 읽기가 힘들 것이니 이야기에서 주는 재미가 약간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는 아직까지 정확한 리서치 논문이 없어서 (그리고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나의 가설일 뿐이다. 

 

언어학자 크라센 박사은 자발적인 읽기 (광범위한 독서)가 전통적인 읽기 방삭에 비해 언어의 전체적인 발달에 더 낫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왜냐면 노출의 빈도가 전통적인 방식의 읽기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습자에게 의미가 있고 흥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독해 능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나도 그의 주장에 많이 동의하지만, 여러 리서치를 보건대, 단순히 학습자를 전통적인 방식 수업에서 완벽하게 떼어 놓고, 자발적인 읽기를 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를 들면 학교 수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아이에게 자발적인 읽기만 시키고 학교 수업만 받은 아이를 비교해 독해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가 자발적인 읽기의 효과를 증명한 리서치는 실험 대상 아이들이 학교 연령이면 이미 전통방식의 독해 수업을 받고 있었던 가정하에 그 위에 자발적인 읽기 시킨 거라, 전통적인 방식의 읽기가 완벽하게 배제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하겠다. 

특히나 이것도 부모의 사회 경제 능력과 교육 수준도 아이의 읽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환경적인 문제까지 숙고해야 한다. 

 

어쨌거나,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학습자에 영어 원서 읽기를 시작한다면, 원어민들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하는 이런 전통적인 읽기 Intensive Reading을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크라센 박사는 제2외국어 학습자라도 Extentsive Reading을 하면 언어 능력이 많이 향상된다고 했다. 아마 그의 주장에 맞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노출의 기간과 강도에 따라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 때 가드닝에 빠져 읽었던 책들 

단어를 찾지 않는 내가 주로  영어 원서 읽기를 (Extensive Reading) 할 때는, 영역을 정해서 한 번에 같은 주제의 다른 작가로 책을 한꺼번에 많이 읽은 편이다. 단어를 찾지 않아도 계속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는 모르는 단어대로 그대로 흡수해버리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이 급해서 답을 찾고자 하면 그 답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찾는 편이라 관련 유튜브나, 팟 캐스트도 궁금하면 6시간 연달아 보고 듣기도 하는데, 대충 이렇게 집중적으로 한 영역에 노출되면 그 관련 단어를 찾지 않아도 발음을 인지하게 된다. 그 후,  원어민을 만나서 내가 읽었던 주제의 대화가 시작되면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그들이 쓰는 단어 듣고 내가 다시 활용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주워 먹기) 

 

여기서 단점이 있다면 단어를 확실하게 찾고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문에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다. 대개 영어 읽기를 정보를 얻는  한 뭉치로 이해해 버렸기 때문에, 세세하게 생각하면서 써야 하는 작문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개 문법적 정보  (동사 시제 활용이나 구동사 활용과 전치사 등등-사전을 찾아야 나오는 정보들)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한 말은 알아듣지만, 내가 먼저 의견을 내는 경우, 단어의 활용이 정확하게 이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말하면서 문법적 오류가 많이 생겼었다. 

 

영어 공부 6년 차, 그리고 자발적인 독서를 하는 영어 원서 읽기를 하는 (심하게 단어 찾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영어 원서 읽기를 하나의 책으로 인지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며 읽고 싶다면 단어 찾는 것은 하지 않거나, 아니면 최소화할 수 있으며. 

영어 원서 읽기를 통해 어떤 학습적 목표가 있다면 특히나 작문과 포멀 한 대화를 하는 걸 원한다면, 단어 찾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요즘 조금 정신 차리고, 전공 공부 리포트 때문에 전공 용어 하고 동사 표현법은 좀 적고 있는 편이다.

결국 결론이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었지만,

영어 목표에 따라 단어는 찾기는 해야 하며, 책을 읽는데, 가장 기본적인 동사가 부족하다면 일단 동사부터 찾아보면서 읽는 걸 권하며, 너무 단어에 집착하면 책이 주는 큰 그림을 전체적으로 내가 그리면서 읽기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될 것 같다. 

 

*영어 원서 100권을 넘기고 했던 고민에 대한 포스팅: https://marge.tistory.com/53

*아직도 하고 있는 영어 단어 공부에 대한 포스팅: https://marge.tistory.com/32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