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작은 네이티브라도 누구에게나 어렵다. 

영어 공부 법이 너무 산업화 또는 자기 브랜드화되어 자본화 과정을 거치는 경향이 있어서, 어느 한 공부법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기관들이 많아졌다. 문제는 언어를 습득하는 것에 있어서 어느 꼭 한 가지 방법만이 왕도가 아니라 레벨에 따라, 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에 따라, 학습자의 성격에 따라, 여러 방법들을 병행하면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적어 그 방법으로 못하는 사람들이 조바심을 느끼게 되는 데에 있다.

그래서 나처럼 소심하게 속으로 끙끙 거리며 이렇게 해야 해? 이것밖에 없는 거야?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INFJ 인프제를 위해  잘못된 통념처럼 내려오는 영어 공부 방법에 이야기할까 한다. 

 

영작 공부를 하려면 영어 일기 쓰세요. 

 

라는 말을 많이 들는다. 그리고 심지어는 영어 일기 쓰는 워크 북이나 영어 문법 책도 팔리는데,

영작 공부를 하려면 영어 일기를 쓰는 게 왕도일까? 

물론 영어 일기를 꾸준히 하면 많이 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에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듯이 영어 일기를 생전 안 쓰는 사람으로, 영어 일기는 영어 작문을 하기 위한 기회를 자기 나름대로 정해서 하는 것뿐, 영어 일기만으로는 영어 작문의 퀄리티에는 의문이 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단적인 예로 매번 학교에서 숙제로 일기를 쓰는 네이티브들 또는 한국 사람들의 작문 실력이 왜 일정하지 않는지 잘 생각해 보면 되겠다. 

 

이런 무의미한 시간을 채우는 연습을 초반에는 효과가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상급 레벨의 실력을 갖으려면 자신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의 피드백과 자신의 글을 제대로 보고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연습을 갖는 게 중요하다.

가끔 영어 공부하는 사람들이 영어 언어 기능적인 면을 잘하는 것과 글을 잘 쓰는 것을 혼돈하는데, 아무리 잘 쓴 영어 문장이라도 문장 안에 작가의 의도가 잘 보이지 않고, 주제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글이라면 좋은 글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래서 6년 전, Bob left and Sue arrived- ESL 2- 영어 작문 레벨을 가졌던, 영어 일기를 생전 안 쓰는 자의 영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한국어로 일기 안 쓰는 사람은 영어로도 일기를 안 쓴다. 

 

내가 일기를 꾸준하게 썼을 때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선생님의 강제적인 숙제로 인해 평생 중 딱 한번 365일 일기를 썼다. 

하지만 일기 자체가 너무 무료하고 쓰기 싫어서 일기를 일기로 쓰지 않고 읽었던 동시를 넣고, 독후 감상문, 영화 감상문, 심지어 시리즈로 작은 소설까지 써버렸다. 생각해보면 일기를 일기로 쓰기보다 그냥 글을 써서 날짜만 꼬박꼬박 넣었던 글쓰기였다.

처음에 영작을 해야 할 때 나도 영어 일기를 써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결국 못쓰고 안 썼다. 한국어로도 일기를 안 쓰는데 영어로 쓰라고 하는 게 더 스트레스처럼 다가왔다. 영어 일기를 쓸려면 사람을 뜯어고쳐야 할 지경이라 아니면 새로 태어나거나... 해서 포기하고 차라리 내가 잘하는 거 또는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2. 영작, 영어 글에도 장르가 있다. 

 

일기는 본인의 생각을 소소하게 적는 것이고, 만약 영작을 아이엘츠 시험이나, 토플 시험을 위해 공부한다면, 일기보다는 아카데믹 영어 작문에 집중해서 공부하는 게 좋다. 아카데믹 영어에서는 일기에서 나오는 사람의 감정 표현하는 단어보다는 좀 더 테크니컬 한 단어가 많이 쓰이니 그 부분을 정확하게 알고 공략해야 한다. 비즈니스 영어도 회사 입장을 대변해서 작성하는 것이니, 일기 같은 개인에 집중한 이야기보다는 퍼블릭 라이팅에 중점을 두어서 써야 할 것이다. 중학교에서 수행 평가로 쓰이는 영어 독후 감상문도 책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결론까지 내리면서 자신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과 작가의 주제를 잘 엮어 써야 하는 다른 장르의 글이다. 

영작을 할 때는 각각 쓰고 싶은 글의 종류에 따라 특징을 잘 이해하고 쓰는 게 중요하다.

영어 일기로 실력을 키우고 아카데믹 영어 하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 많이 봤는데, 소소하게 취미로 영어로 글 쓰는 게 아니고, 유학이라는 목표가 있다면 일기 쓰는 시간에 좋은 영어 논설 글을 분석하고 바로 그 글을 기반으로 자기 글을 쓰는 게 경제적인 면에서 더 좋다고 말하고 싶다. 

 

3. 영작은 집착이다. 

 

그렇다면 영어 일기로 매일 안 쓰고 어떻게 영작이 늘어요?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럼 나는 이렇게 되물어 보고 싶다. 영작을 딱 하루에 30분만 하세요?라고 

나의 영작은 거의 집착 수준이다. 사실 글을 매일 쓰는 건 아니지만, 어떤 주제의 글을 써야 하는 환경이 오면 (리포트 10장짜리, 또는 발표수업 과제) 24시간 집착한다. 거의 모든 신경이 그 글의 주제에 점령당해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어떤 글은 Draft만 거의 8번 하고도 마지막 제출 때까지 한 문장, 한 문장 읽으면서 다시 교정을 봤었다. 정말 집요하다시피 거의 일주일을 6장 영어 라이팅에 매달렸던 기억이 난다. 글을 안 쓰는 시간에는 마음에 안 드는 문단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써야 할까 하는 생각을 제출하기 전까지 했다. 그때 당시 내가 제출할 글이 당연 A를 받을 줄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은 A가 아니라 그냥 글에 대한 집착이 더 많아서 효과적으로 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이렇게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집착, 그리고 오늘 교정했던 글을 내일은 조금 더 좋은 글로 다시 교정 보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내 영작이 늘었다.

 

하지만 영어 일기는 어떤가, 당신은 어제 썼던 글을 좀 더 좋은 글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날 영어 일기를 쓴 것을 오늘 하루에 할 목록에 체크만 하고 만족하는 가? 

글은 만족하면 안 된다. 더 좋은 글을 쓸려는 목마름, 배고픔이 있어야 된다. 그리고 그 배고픔을 채우려는 집착이 있어야 비로소 내 글이 된다. 

 

4. 쉬운 영어 문장으로도 내가 전달하려는 의도를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 

 

영작을 하면서 나름 개똥 같은 철학 같은 게 하나 있는데, 글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무조건 심플 센텐스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갖는 가장 큰 영어 공부 미신 중 하나가 문장이 길면, 또는 어려운 단어를 많이 쓰면 글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글은 작가가 전달하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강 줄기이다. 

그 강줄기에는 작가 생각의 흐름이 각각의 문장 안에 담겨 있는데, 문장은 생각을 담는 도구로 쓰이는 것일 뿐 도구가 화려하다고, 그 안에 든 생각이나 주제 또는 전달이 의도가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심플 센텐스로라도 작가의 의도가 명확하게 잘 드러나고 지루하게 쓰여 있지 않다면 충분히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긴 문장을 쓰는 작가들이 다 나쁜 작가는 아니다. 문장의 길이와 단어 선택은 글의 스타일 중 하나 일뿐 그것이 절대적인 좋은 글의 지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참고로 헤밍웨이의 문장 스타일은(심플 센텐스) 한국 사람의 시점으로 보면 헤밍웨이의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대문호라 칭한다. 그것은 문장의 길이나 영어 단어 레벨이 아니라 헤밍웨이의 이야기와 작가의 주제가 그 짧은 단문 안에 잘 나와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기 때문에 좋은 글이라 말하는 것이다. 문장의 레벨이 높다고 그 안에 담긴 생각과 주제가 다 명확하게 담기지 않을 수 있고, 쉬운 문장으로 좋은 글을 충분히 잘 쓸 수 있기 때문에, 문장에 집착하기보다는 글의 흐름,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글 안에 잘 나타나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밑에 글은 영어 단문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영어 일기를 생전 안 쓰는 사람의 영작이다. 

몇 달 전에 썼던 Vignett인데, 제목이 Describe a special dinner you enjoyed with your friends 였다.  

대략 2번 정도 교정을 본 글이라 조금 거칠고 어색한 부분이 많지만, 나름 내가 의도했던 대로 나와서 나쁘지 않았던 글이라 올려본다. 

 

                Four girls and I were glued to each other through our college years when we realized that each one of us had or were having love affairs with great writers like Park Wan Suh, Lee Sang, and Jane Austen. We were always hungry for books and food. Near the college town, there was a tiny restaurant run by a mom and pop. Nothing there was fancy or delicate. They served the food with plastic dishes and had no server to bring drinks or water to us. The tables and the chairs were easily wobbled by the unbalanced floor. The place was always dark even in daytime, so low hanging lights were on all the time. We had to crawl toward the table to avoid the low hanging lights until we sat on those wobbly chairs, but we loved that shabby restaurant. The amount of food they gave us was generous and easily fed all five girls. Also, the cheap price was unharmful to our broken purses. 

               Fried Sundae and two bottles of Soju was our unofficial and only dinner menu at that restaurant. Neatly chopped and deep-fried Sundae, freckled with black paper and green onions,  was a simple dish. It didn’t taste like a gourmet dish in an exquisite restaurant, but it was ok to five hungry girls. When you bit it, you could hear cracking sounds from between your teeth and the crispy skin of Sundae, see greasy hot steam rising from it, and feel soft noodles spread in your mouth. Before the hotness of the fried Sundae burned your mouth, you first needed a glass of cold Soju to ease that hotness. Cold and hot, crispy and soft, the dish had its unique taste. We loved to devour this infinite cycle of contrasting experiences. 

              One night, not different from any other night, after finishing classes, we went to the restaurant as usual. The owner of the restaurant cooked our meal as soon as he saw our faces. While the sizzling sound in the pan volumed up with hot steam, we set up our table for dinner, bringing two bottles of Soju, glasses, chopsticks, and napkins. The dish was on the table as we finished setting the table.  

When we had one glass of SoJu, and some fried Sundae, one girl brought her pink notebook from her backpack. Suddenly she stood up.   

              “Hum... A few days ago... I… I wrote the poem.” she said with a shy smile. “And... I want to share the poem with you guys.” 

              Oh, my. She must have more than one glass of SoJu. We were avid readers, not writers. Talking about books and authors, our typical conversation, pleased me, but reading aloud an amateur's work of poetry in the shabby and tiny restaurant was so cheesy that I thought I would not like it, and certainly didn’t expect it. Despite our enlarged eyes and opened mouths, she bravely read her poem. Yes, as I expected, the poem seemed like to be written by a heartbroken high school girl scribbling some words after breaking up with her boyfriend. The poem overflowed with emotional words like a doomsday coming. It was different from what we normally read and cherished. However, surprisingly, it was not bad considering my distaste of poetry. I hated unsolvable riddles in the lines, but the poem she wrote like her, sensitive and thoughtful. It was her. 

              When finishing reading, she sat down with a reddened face and sighed as if she just accomplished her most difficult task. 

              “You know what? I wrote my poem, too. By the way, I like your poem.”  another girl, next to her, held up her black notebook and said. 

              “I do.” 

              “Me, too.”    

             The girls started to bring out their notebooks except me. They looked at each other's notebook and smiled. Then, they turned at me. They didn’t ask me anything, but I knew their questions. 

             “I am a prose person. I don’t even read the poem.” I said to them, but they kept their eyes on me. 

             “Alright, I don’t write poems. Yes, I do write prose. Prose!  I have my writings, too, but I am not gonna read that” I took out a small notebook, my deep secret, from my backpack and held on it tightly like protecting an ancient treasure from ferocious thieves. 

            “Ok, this is my turn to read my poem. The title is…” The girl who had a black notebook flipped her notebook pages to find her ‘right’ poem to share with us that night. She stood up, arranged her voice tone, and read. 

            Words started flooding around us and fell into the table, the glasses, the chopsticks, the dishes, and our shoulders. Maybe it was a natural phenomenon for us to write something. As we found a way to understand others through words, we created a way to express ourselves through words. The words we picked up were childish, naive, and poor, but somehow we started to understand each other more deeply.    

            We nibbled the words with a piece of fried Sundae, sipped the words with SoJu, and swallowed sentimentalism, romanticism, and narcissism with our laughs and teardrops. While the low hanging light was dancing by our words, we shared the words and food and munched them, word by word and bit by bit. 

            Oh, boy. It was delicious.         

 

단순히 음식을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던 음식에 집중하기보다 친구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했던 글이었다. 유치하고 오글거렸지만 자기가 지었던 시를 읊으며 대학교 친구들과 보냈던 시간을 기억하고 글 속에 잡아 내려고 노력했었다. (여전히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시 읽어보니 첫 문장이 길긴 하지만, 마지막은 역시나 나의 개똥철학으로 임팩트 있게 짧은 단문으로 마무리. 

It was delicious로 짧지만 내가 의도하고 싶었던 것이 다 들어가게 끝냈다. 독자가 글이 끝나도 시간을 들여 글의 여운을 음미할 수 있게 짧게 끝내는 걸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볍게 쓰는 글이라 소설 요소를 넣어 썼다. 하지만 나도 영어 작문의 목표와 의도에 따라 수업을 들으면서 쓰는 리포트는 지금 올린 글과는 또 틀리게 쓴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 내 글에 만족하기보다 내일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목표 의식과 집착에 가까운 연습이 (교정, 다른 글 분석과 활용) 영어 일기를 쓰지 않지만 영작 공부를 하는데 나에게는 가장 큰 요소였다. 

그러니 영어 일기를 안 쓰는데, 영작 공부를 못하나 봐요 하는 생각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  

 

영어 일기 과연 효과 있을까

영작 실력을 늘이기 위해 고민한 사람이라면 영어 일기라는 곳에 항상 도달하게 된다. 매일 영어 일기를 하루에 쓰다 보면 영작이 늘어 있지 않을까 말이다. 학교 시절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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