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중요한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나는 바로 이 세 권의 책을 주저 없이 뽑을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 자기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무엇이 이냐고 묻는 다면, 나는 이 세 권의 책을 빼고 다른 책을 뽑을 것 같다.
이 세 권의 책은 내가 이민자로 미국에 살지 않았다면, 내 인생 책이 되지 않았을 책이다.
나는 미국 사회에 사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민자이다.
백인 남성, 백인 여성, 유색인종 남성, 유색인종 여성 그리고 그 유색인종 여성 중에서도 가장 밑에 있는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나이가 적지 않은 이민자이다.
한국에서 살다가, 살색으로 모든 것이 구별되는 미국 사회에서 나는 알게 모르게 화가 나있고, 의기소침해져만 갔다.
그런 나를 일깨워 준 것은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서 살기 힘들다는 신문 기사도 아니었고, 학술지도 아니였으며, 뉴스도 아니었다.
이 세 권의 책들이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 미국 사회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지만, 나는 나로서 괜찮다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와 작가와의 대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와 캐릭터들을 동일 시선에서 바라보고 느껴야 하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기쁨보다 고통을 바라보는 느껴야 하는 용기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책들은 역겨울 수도, 구역질이 나올 수도 있다. 왜냐면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감추지 않고,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게 나의 현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나는 나에게 미안해하지도, 그리고 치기 어린 위로도 하지 않는다. 이 책들을 통해서 나는 또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이민자로 사는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나의 인생 베스트 책이지만, 남에게 권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왜냐면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하거나, 또는 나와 다른 세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소중해서 감히 나의 글로 이 세 권의 책에 대한 이렇다고 단정 짓고, 감상을 적는 게 힘들 것 같아서, 리뷰는 하지 않지만 이런 책 있다는 소개 글로 올려본다.
Their Eyes Were Wathcing God by Zora Neale Hurston (1937, 193 pp.)
ESL과정을 끝내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교수님이 문학 수업을 추천했다. 어차피 교양을 수업을 들어야 해서 교양 수업을 고르고 있었는데, 문학 수업이라니... 영어 실력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굉장히 머뭇 거렸는데, 교수님이 너가 정말 좋아할 거라고 가르치는 교수님이 정말 자기가 존경하는 교수님 중에 하나라며 자기도 이 수업을 듣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바로 문학 수업을 등록했다.
그 문학 수업 첫 번째 책이 바로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라는 조라 닐 허스튼의 작품이었다.
미국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흑인 방언을 읽어야 해서, 정말 몇 장 넘기가 힘들었다. 제2 외국어 학습자가 책 내용도 이해하기 힘든데, 방언까지 읽다니 말이다. 그러다가 방언 부분은 한번 소리를 내어 읽었다. 소리를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방언이 더 귀에 쉽게 들어오면서 그들만의 패턴과 리듬 그리고 문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이해는 책 속에 공존하는 두 세계의 언어를 읽는 것이다.
내레이션은 백인들이 말하는 소위 엘리트 문어체와
대화체에서는 백인들이 멸시하는 흑인 방언
흑인 방언만 들어서는 그들이 지능이 낮고, 배움이 불가능하고, 똑똑하지 못하다고 느껴지지만, 흑인 여성 작가가 쓰는 내레이션은 유려하기 그지없고, 그 내레이션 속에서 얽히고설켜지는 캐릭터들 이야기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들도 백인과 같이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고, 어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노력한다.
작가는 Janie를 통해 결혼의 의미, 주체적인 여성성, 그리고 사회적 성차별, 내면화된 인종차별까지 다루고 있다.
Janie는 나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를 똑바로 보고 더 넓은 수평선 저 너머를 바라보는 여자였다.
내가 영어를 초등학교 수준밖에 못 쓰지만 그렇다고 내의 생각이 나의 감정이 초등학교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내 영어 실력을 다른 사람보다 더 낮게 평가하고 한계를 이미 그어 넣어 나를 옥죄고 있었다. 그것을 깨워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영어는 배우면 되는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나의 존재가 미미해 지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싶다면 되도록이면 한글판보다 영어 원서로 그 당시 흑인 방언을 그대로 글로 옮긴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을 느끼기 바란다. 흑인만 자라나는 동네에서 자라고 흑인들 사이에 내려온 구전 동화를 수집했던 그녀이기 때문에 흑인 방언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생전에는 조금씩 글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다가 이 책으로 인해 (방언을 적어 백인들 사이에 흑인들을 더 지능이 낮게 보이게 했다고) 멸시를 받고, 결국 청소부로 남에 집 청소도 하다가 운명했지만, 컬러 퍼플을 쓴 앨리스 워커에 의해 다시 조명받게 되면서 그녀의 문학적 업적에 후에 찬양받게 되었다. 나에게 이민자로 살아가는 나의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해 준 인생 작가이다. 흑인 문학상 중에 그녀의 이름을 딴 문학 상이 있을 정도로 흑인 문학 세계에서 여신 같은 존재이다.
The Bluest Eye by Toni Morrison (1970, 206pp.)
Their Eyes Were Watching God이 나에게 유색인종으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것을 받아들이게 해 줬다면, 토니 모리슨의 The Bluest Eye <가장 파란 눈>은 내 안에 있는 내면화된 인종 차별과 시스템적인 인종 차별에 대한 경종을 알려준 책이다.
토니 모리슨의 책들이 모두 읽을 가치가 있지만, 나는 그녀의 첫 작품인 가장 파란 눈이 가장 좋다.
그녀의 가장 밑바닥 깊숙이 있는 생생한 날 감정이 단어들 사이에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녀가 너무나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어서 소리를 치는 것 같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토니 모리슨의 어린 시절 기억으로 간다.
어느 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기가 아는 동네 친구가 토니에게 물어본다.
'너는 신이 있는 거 같니?'
'당연히 신이 있지.'
'아니야 신은 없어. 신에게 파란 눈을 달라고 기도 했는데, 파란 눈을 주지 않았잖아.'
나도 파란 눈을 갖고 싶었다. 나도 백인 여성처럼 말하고 싶었다. 영어를 잘하면, 영어를 잘하면 나도 이 미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어를 잘하면, 내가 가진 이 노란색 살색도 하얀색으로 눈에 안 보일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나는 백인 여성이 될 수 없고,
나는 그저 영어 잘하는 아시안 이민자.
왜 나는 그걸 보지 못했을까, 왜 네이티브 같은 영어 하면 네이티브가 될 수 있다고 나는 믿었던 것일까.
이 책은 우리가 당연히 생각했던 현상들이 모두 유색인종으로 사는 우리가 만들어 낸, 내면화된 인종차별 그리고 시스템적인 인종차별에서 나온 것이라 이야기한다. 토니 모리슨은 이 책을 오직 흑인 독자를 위해 썼다고 한다. 백인이 읽는 것에 꺼림칙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그녀의 솔직하면서도 그동안 억눌렸던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지는 책이다. 흑인 여성들에게 내면화된 인종 차별을 느끼고 스스로 설 수 있게 자아 독립성을 세우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작품이다. 물론 나에게도.
The Handmaid's Tale by Margaret Atwood (1986, 311pp.)
여성 인권에 빠질 수 없는 The Handmaid's Tale은 호불호가 정말 갈리는 책으로 유명하다. 이 책을 읽고 격정적으로 빠져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심하게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격정적으로 이 책과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Margaret Atwood가 단어의 힘을 믿는 작가라 그녀가 쓴 단어를 느껴야 하는 책이다. 시인이기도 해서 책 속 산문이 부드럽게 넘어가기보다 시처럼 여운을 남기는 게 특징적이다. 그녀가 쓴 문장들 속에서 수수께끼를 맞춰야 하는 느낌으로 읽으면 된다.
작가가 던지는 수수께끼에 열광하는 나라 이 작품에 리뷰를 한다면 아마 20장이 족히 나오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는 책에 나오는 색깔로 글을 다 분석하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이 책은 단순히 소설책이 아니다. 작가의 논쟁과 설득이 이야기 속에 촘촘히 박혀있는 책이다.
여성 인권- 여성의 생식 기관이- 종교적 또는 정치적 이해로 인해 쓰여지면서 한 인간으로서, 여성의 인권이 탄압받아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이 이 책이 주제이지만, 단순히 여성 인권 탄압보다는 우리가 직면거나 또는 지나치는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도 같이 있기 때문에 자세히 읽어야 하는 책이기도 하다.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여성 인권 탄압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굉장히 거북할 수 있지만, 이 거북함을 끄집어내는 작가의 재능이 무서울 정도다. 이런 거북함이 결국 독자가 지금 현시점 문제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주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그런 무시무시한 곳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안타깝게도 모든 게 현재 진행 중.
두 번 읽었는데 두 번 다 새롭게 읽히는 책이었다. 늘 감탄에 감탄을 마지못한 책이다.
Hulu에서 The Handmaid's Tale 드라마 제작하면서 새로 찍은 페이퍼 백이다. 옛날 책 표지가 더 마음에 드는데, 워낙 오래된 책이라 불행히도 드라마 제작하면서 쓴 작가의 Introduction이 없어서 다시 샀다. 결국 같은 책이 두 권이 되었지만 이 책은 Introduction을 다 읽고 현재는 그냥 보관 중.
만약 한국에서 계속 살면서 이 책들을 읽었다면 내가 지금 받은 감정들과 작가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받지 못했을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사회 지배 계층 피라미드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다.
남성 우월주의와 백인 우월주의가 뿌리 깊은 미국에서 나에게 이 책들은
나 스스로 불행해지지 않게 지탱해 주고, 나를 노란 살색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준 내 인생 베스트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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