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 효과

언어 학자 크라센은 그의 책 읽기 혁명 (원서명: The Power of Reading)에서 원서를 통한 단어 공부 효과를 소개할 때, 한 리서치를 소개했었다. 다른 성인 그룹에 비해 월등한 단어 능력을 가진 456명의 회사 오너들에게 학교를 졸업하고 특별히 단어 공부를 한 것이 있냐고  조사했는데, 절반 이상 실험자들이 독서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456명 중 14%의 사람들이 단어 책을 통해 단어 실력을 늘릴 려고 노력했다고 대답했다. 이 리서치를 통해 크라센은 전통적인 단어 교육 (플래시 카드나, 단어 책을 통한 커리큘럼) 말고 독서를 통해 충분히 단어 공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워낙 외우고 반복하는 걸 싫어하는 나는 솔직히 단어 공부는 수능이 끝나고 나서는 열심히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 학교를 다닐 때도 단어 공부도 하긴 했지만, 수능 볼 때 만큼은 노력하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전공 수업을 듣는데 힘들지 않은 것은 크라센 박사가 주장했던 엄청난 리딩과 라이팅이었다. 전공 수업은 대부분 비슷한 전공 용어와 단어를 쓰기 때문에, 한번 전공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눈에 익으면 그렇게까지 단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수업을 듣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아마도 같은 내용에 계속된 노출과 반복에 저절로 읽히게 되었던 것 같다. 

언어 학자 크라센 가설이 어느 정도 맞는 케이스 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SL 학생들에게 영어 읽기를 가르치는 지침서에서 문맥을 중심으로 단어를 가르치는 것이 영어를 제2 외국어로 배우는 학습자에게 의미 파악과 그 단어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문맥 없이는 단어의 의미나 다른 단어들과의 문법적 상관 관계를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얼마 전에 끝낸 말콤그래드웰의 아웃라이너 책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Mitigation 이란 단어를 제대로 보았던 것 같다. Mitigation 은 완화, 경감 이라는 한국어로 해석이 되는데, The Ethnic Theory of Plane Crashes 챕터에선 나는 Mitigation을 여러 방법으로 마주했었다. 

 

"Mitigation explains one of the great anomalies of plane crashes, "

"Combating mitigation, " and "this war on mitigation, "(p.197)  

"Ratwatte took mitigation very seriously." (p. 198)

 

챕터를 읽으면서 Mitigation을 정말 여러 내용들과 함께 접했는데, 특히나 한국 비행기 사고를 설명하면서 쓰인 mitigation은 이만큼 내가 혼자 공부했다면 이 단어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가 싶었다.

말콤그래드웰은 이 챕터에서 한국 비행기 사고가 잦았던 이유가 한국 특유의 조직 사회, 그리고 한국어에 있는 존대어 문화 통해, 아무리 문제가 뚜렷하게 보여도 하급자가 상급자의 직급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할 수 없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집단 사회(수직 계층 사회)와 개인 사회에서 문화 비교를 비교, 비행기 사고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런 걸 종합해보면 mitigation이라는 단어를 한국 사회만큼 잘 표현할 곳도 없다 생각이 들었다. 

 

그 챕터를 읽다 보니  mitigation을 단어 책을 통해 배우지 않았지만 아웃라이너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잘 남게 되었다. 한 챕터 안에서 같지 않지만 다른 표현으로 같은 단어를 반복하면서 눈에 많이 익었고, 비행기 사고 내용과 함께 단어가 결합되면서 의미는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그러다가 다른 책에서 'mitigated by'를 봤을 때는 나 같으면 'prevent'라는 단어를 썼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완화라는 의미는 아직도 그 사건이 이루어 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사건을 방지하는 느낌으로 썼다면 prevent가 더 맞지 않았을까 했다. 뭔가 mitigate로는 주장이 약한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생각들은 책, 문맥을 통한 단어의 이해가 없었다면 힘들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영어 라이팅도 좀더 이런 문맥적인 면을 생각하면서 단어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책이나 대화가 사고의 흐름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그 흐름 속에서 맞는 단어가 있다. 아무리 한국어로 같은 의미로 해석이 된다고 해도, 작가의 의도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면 그에 맞는 단어가 있고 부정적인 태도일 때는 그에 또 맞는 단어가 있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단어-한국어 해석 일대일로는 적절한 단어 사용이 힘들다. 책이나 대화를 통해서 단어의 뉘앙스나 쓰임을 제대로 알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언어 학자 크라센의 말대로 원서 읽기를 통해 단어 효과는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편이다. 단어 의미와 문장 안에서의 문법적 쓰임, 다른 문장들과의 상관관계까지 원서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  

 

참고 서적: Gladwell, M. (2008). Outliers. New York, NY: Little Brown.  

Krashen, S.D. (2004). The Power of Reading: Insights from the research (2nd ed.). Westport, Conn: Libraries Unlim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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