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 생활 속에서 읽고 싶은 책은 많은 데,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24시간이니 책을 읽는 속도에 대해 많은 관심이 가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읽을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었다.
평균적으로 사람이 1분에 읽을 수 있는 단어는 200자에서 250자 라고 하는데 이런 속도로 읽는 책을 정독.
1분에 500자 이상 빠르게 읽는 것을 속독이라고 한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 지에 대한 방법론으로 속독과 정독의 논란은 아직까지 책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상태이다.
현재는 일주일에 영어 원서 한 권 정도 읽고 있는데, 한국어로 된 책 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1분에 200-250 자는 보지 못하는 것 같고, 평균적으로 어려운 책이 아니면 2분당 1페이지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1장 당 3분, 30분에 10장을 읽는다. 하루에 50페이지 정도 읽으려면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셈이다. 원어민이 50페이지를 읽으면 평균 1시간 반 정도 걸리니, 나 같은 경우에는 원어민보다 한 시간을 더 소비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속독을 연습해 볼까 하는 마음도 많이 있었다.
한국어로 된 책은 나름 정독과 속독의 중간 정도라 책을 굉장히 빨리 읽는 편이였는데, 영어로 된 원서를 읽다 보니 속독은 하기 힘들고, 본의 아니게 (문법과 단어의 부족으로) 정독과 숙독을 번갈아 가며 하게 되었다.
1940년에 초판이 발행되고 아직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How to Read a Book 에서 저자 Mortimer J. Adler 와 Charles van Doren은 속독과 정독에 대해 이렇게 정의 했다. 스피드 리딩, 즉 속독이란 있을 수 없다고.
Speed reading 속독을 했다고 독해력 또는 이해력이 Well-reading 정독과 똑같다는 보장이 없고, 속독은 독해력을 향상시키는데 있어서 의심이 간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책 독해력과 이해력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무리가 있어서 과학적은 증명은 없는 상태였다. 가끔 주어진 글을 읽고 문답식으로 테스트를 하는 연구도 봤지만 개개인의 사전 지식과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글을 읽는 속도 변화에 따른 이해력과 독해력을 측정하는 완벽한 연구를 하기에 힘들다.
그들은 어떤 장르의 책을 읽는 냐에 따라 읽기 속도가 틀리며, 그리고 그 한 책 속에서 다양한 속도로 읽는 것이 책을 읽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책은 그 속에 가진 20자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완벽한 의미를 이해하는데 며칠, 몇 주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양이 아니라 읽기의 질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주장에 굉장히 동의하게 되었다. 대체적으로 나는 문학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인데, 책을 읽다보면 사건 전개에 따라 너무나 간단한 한 문장을 나도 모르게 몇 분씩 곱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속독을 하고 싶었던 목적은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시간은 너무 한정적이고,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왠지 모르게 나만 뒤쳐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한 작가가 책을 쓸 때 쓰는 시간을 생각하면, 속독은 아마도 현대 사회의 이기심에 태어난 읽기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많은 책을 읽으면 현명해 지리라는, 빨리 읽고 더 많은 시간을 다른 데 쓰기 위해서 말이다.
Mortimer J. Adler 와 Charles van Doren은 책을 마스터 하면, 독자는 작가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했다. 그것이 책을 잘 읽는 효과라고 주장했다. 책은 하나의 대화로 그 대화를 어떻게 받는 가가 책을 잘 읽는 독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책을 빨리 읽는 것도 느리게 읽는 것도 개인의 정보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속독이라는-한 책을 일정 속도로 빠르게-것으로 책을 잘 읽는 다고 말하는 것에 무리가 있는 것이다. 개개인의 독해 능력과 사전 지식, 그리고 환경에 따라 한 책을 빠르게, 그리고 때론 느리게 읽는 것이 가장 적절한 읽기 방법인 것이다.
여태까지 읽어봤던 책 읽기 방법론 중에 가장 설득력이 있었다. 그동안 내가 해 왔던 책 읽기, 속독에 대한 갈망과 본의아닌 정독을 생각해보면, 과연 책을 빠르게 읽는 게 가장 잘 읽는 것 인가에 대한 의문도 생겼고, 나의 조급함에 저자가 말했던 참된 독자라면 책의 큰 그림을 보아야 하는 이해력을 무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속도 보다는 독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장, 또는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하겠다. 그것을 이해하고 자기의 것으로 만들 때, Mortimer J. Adler 와 Charles van Doren 말한 좋은 독자는 작가가 된다는 공식이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서적: Adler, M. J., & Van, D. C. (1972). How to Read a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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