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영어 배우기

미국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 

영어를 쉽고, 자연스럽게 배우고 싶은 성인 학습자라면 누구나 아이처럼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앉아서 문법 공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즐겁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많이 찾아보기도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미국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과정은 우리가 한국어 배우는 과정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며, 어느 정도의 언어 실력을 쌓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무한 반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략 언어를 조리 있게 말하고, 쓰고, 이해하는 레벨이 되려면 적어도 문단을 나누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3학년 (한국 나이로 만 8-9살)-5학년 정도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때까지 대략 10년 11년의 기간이 걸린다. 미국 어린이들이 10-11년의 시간 동안 어떤 학습을 받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자신의 영어 공부 방법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적어본다.    

 

1. 0-1살 언어 학습 

Chomsky의 이론에 따르면 아이는 언어적 기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는데,  듣기를 통해 Language Acquisition Device (LAD)는 언어의 음을 구별하며, 단어의 뜻을 이해하고, 어순 체계가 머리 속에 잡힌다고 한다. 0-1살의 언어 학습은 대개는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에 의해서 얻어지는데, 그 소리를 듣는 시간은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부터 시작해서 잠에 들 때까지 대략 하루에 12시간 이상 되는 것으로 서술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나 보모가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아이의 관심이 가는 것에 대해 말을 하고 있는 점인데, 아이는 부모의 말하는 입술 근육과 소리를 들으며 그 언어 발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을 소리로 듣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아이가 흥미롭게 보고 있는 물체, 장난감, 꽃 등등, 에 대한 언급을 하며 쉽고, 느리고 또는 하이피치 목소리로 대화를 하는 것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되는데(child-directed speech) 이런 교류가 언어 발달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리와 그 소리에 있는 특정 의미가 있음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은 정보로 4-8개월에 옹알이를 하면서 입 근육을 서서히 강화시키며, 1살이 되면 단어를 들으면 그 의미를 인지하는 행동을 하게 되며, 때로는 그 단어를 말하기도 한다.  

 

2. 1-3살 언어 학습 

대개의 미국 아동이 유치원을 가는 나이는 2살 반부터 3살 전후이며, 부모가 직장이 있는 경우는 생후 6주부터 어린이 보육 시설에 맡겨지는데, 이때 좀 더 체계적인 언어 학습이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다. 

서서히 글자에 대한 인식이 쌓이고, 자신의 감정 표출과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언어의 발달이 급성장을 이룬다. 특히 부모가 얼마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가에 따라서 아이의 언어 발달이 빨라지는데, 이것은 많은 언어 교류에 의한 것이며, 여러 상황에 많이 노출이 되어서 어떤 상황이 왔을 때 그 상황에 맞는 언어 활용이 즉각 이루어지는 것이다. 특히 형제가 있는 어린아이의 언어 발달이 형제가 없는 어린아이보다 빠른 걸 보면 알 수 있다. 유치원의 경우, 커리큘럼에 새로운 단어의 소개와 활용이 이루어지는데, 예를 들면 나비의 성장과정이 담긴 책을 읽고, 그 책을 기반으로 한 크래프트 수업을 하면서 배웠던 단어가 다시 반복되고, 확장되며, 선생님들이 다시 그 단어를 어린 학습자가 이야기하는 기회를 준다. 

유치원 교육자 과정에  어린이 언어의 발달을 위해  Extensions (어린이가 말을 했을 때 의미를 늘리면서 대화하는 법)과 Expansions (어린아이가 짧게 이야기했을 경우 대화를 통해 대화가 가능한 문장으로 다시 대화하는 방법)을 배운다.  

자연스럽게 어순 강조 하는 방법도 배우는데, 실제 보면 아무것도 아닌 대화 같지만 이 대화 안에서 문법, 문장의 구조, 어순, 발성 가르쳐 주기 위해 계획된 것 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대화들이 유치원 안에서 대략 짧으면 4시간에서- 길면 8시간 넘게까지 선생님과 그리고 자신 또래의 아이들 안에서 이루어진다. 듣고, 말하는 연습이 3살까지 되면 문장으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3. 4-5살 언어 학습 

어린이의 인지 능력도 발달이 되면서 대화의 능력도 향상된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 능력은 단순히 말하기가 아닌 사회성, 지능과 감정 인지 능력을 말한다. 대화 안에 이 모든 것이 들어 있기 때문에 대화의 능력은 이런 관점에서 학습자가 대화를 얼마나 잘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는 가에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발음과 발성, 단어, 어순 의 이해와 발달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이제는 graphophemic mappings 알파벳과 소리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려내는 것이 더 해진다. 

이때 빠르면 쓰기가 시작되는데, 이때 Writing을 시작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아직까지 많은 의견이 있다. 빠른 언어 능력을 갖고 싶어 하는 부모들은 Early writing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편이고, 너무 빠른 학교 교육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해서 싫어하는 부모도 있다. 

 

4. 초등학교 킨더가든 부터 5학년까지 

미국 초등학교는 킨더 가든부터 시작, 1학년-5학년까지 있다. (주마다 때로는 6학년까지 초등학교에 넣기도 함)  대개 킨더 가든을 들어가기 전에 입학시험을 치르는데, 여기서는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는지, 대문자와 소문자를 구분할 수 있는지, 숫자를 1-10까지 인지 할 수 있는지와 선생님과 대화를 통해 사회성을 보기도 한다. 킨더 가든에 들어가기 위해 Early writing이 필요 없지만, 킨더 가든에서 하는 교육과정이 sight words 외우기, 파닉스, 책 읽기 배우기 등등  reading, writing에 집중되어 있어서 어린 학습자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는 건 사실이다. 그 이후 학년이 올라가면서 기본 적인 문법 형용사, 부사, 동사 활용을 배우면서 하루에 영작을 3줄에서 -8줄을 하고, 책을 읽고 책 리포트를 한다. 그리고 3학년이 되면 문단 나누기를 배우기 시작하며, 4-5학년이 되면 문단이 적어도 2-3개가 있는 작문 실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둔다. 학교 생활은 대략 6시간 정도 되며, 특별활동과 수학을 빼고는 학습자가 많은 시간 쓰고, 읽는다. 

 

미국 어린이가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태어나면서부터 3년의 기간을 소리에 집중하고, 후에 2년간 소리와 글자에 노출이 되며, 언어 노출이 5년이 되는 시간에 집중적인 리딩과 라이딩이 5년간 되는 걸 볼 수 있다. 그 와중에 10년 동안 끊임없이 가족과 친구들, 선생님과 대화를 통해 스피킹을 하고 있다. 

 

그 이후로도 대학교에 가서 공부하기까지 중학교 3년, 고등학교 4년, 총 7년의 리딩과 라이딩이 있으며, 대학교에서는 따로 대학 영어 작문 수업을 듣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영어, 원어민의 모국어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6개월 만에 또는 하루에 10분 영어 공부로 원어민처럼 말하기가 얼마나 실속 없는 이야기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학습자의 언어 목표에 따라 공부의 기간이 짧아지도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원어민처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글을 쓰고, 읽는 것은 원어민 조차도 우리가 한국어를 배우듯이 10년 이상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인 것이다. 

 

한국에서 영어 학습자가 가장 쉽게 잘못 생각하는 게, 아이처럼 그냥 들으면서 언어를 배우면 어떻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는 언어를 배울 때, 단순히 TV나 라디오를 듣는 게 아니라, 그 아이에게 의미가 있는 소리를 듣고,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나 주변 사람이 아이의 눈을 맞추고, 이야기해주고, 또 아이가 옹알이 소리를 내면 다시 그 옹알이 소리를 문장으로 이야기해서 정보를 전해주려고 노력한다. 그 정보를 전해 줄 때 그 속에 문법, 단어, 발성, 모든 게 담겨 있으며 또한 아이가 그 말을 따라 하게끔 기다려 주거나 종용한다. 그리고 계속된 반복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아이가 "자.. 자동차"라고 말했을 때, 

부모님 " 저기 빨간 자동차 하나가 지나가네."라고 대답을 주는데, 여기서 저기-장소 지시어,  빨간 -형용사, 자동차 하나-수량 형용사 등등 문법적인 요소가 전부 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대화 속에서 계속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귀로 들리는 문법적 가르침이 있기 때문에 모국어를 문법을 모르지만 배우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아이가 영어를 배우는 법은 문법 공부를 하지 않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듣고, 대답함으로써 문법을 배우고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하루에 8시간 이상. 

 

 

참고 서적: Wittmer, D. S., Petersen, S. H., & Puckett, M. B. (2013). The Young Child: Development from

Prebirth Through Age Eight. Boston: Pe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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