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Skinship by Yoon Choi (2021, 282pp.)

작가 Yoon Choi (최 윤)은 한국에서 태어나, 세 살 무렵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미국에서 자라면서도 집에서는 줄 곧 한국어를 썼던 1.5 세대 한국 이민자인 그녀는 존 홉킨스 대학교를 졸업하고 그 당시 썼던 단편 소설 <The Art of Losing>으로 스탠퍼드에 있는 창작소설 프로그램인 The Wallace Stenger Fellowship 합격. 한국 이민자 작가들 중에서는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이창래 작가의 멘토십을 받으면서, 2년 동안 창작소설 프로그램을 하면서 단편 소설들을 써내려 간다. 

그렇게 쓴 단편 소설들과 네 아이들을 키우면서 쓴 단편 소설들을 모아서 2021년 여름 그녀의 데뷔작 SkinShip <스킨십> 단편 소설 모음집을 출판하였다. 

 

총 8개의 단편 소설들로 구성된 <스킨십>은 미국에서 사는 한국 이민자 1세대-1.5세대-2세대의 일상과 경험을 그리고 있다. 

배경은 현재를 다루고 있지만, 노년의 이민자부터 어린 이민자들을 다루고 있어서 그들이 미국에 온 한국에서의 과거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하게 아우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한국의 이민자들이 두고 온 과거, 한국의 역사적인 이벤트와 그들이 두고 온 가족들과의 기억과 삶이 세세히 녹아들어 있다. 

 

8개의 단편 소설들이지만, 그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 모두 장편 소설이 될만한 이야기들이라 어떤 단편 소설은 분량이 30페이지가 (단편 소설의 평균 분량이 11-15부터 시작) 넘어 단편이지만 중단편 소설에 가깝다고 하겠다. 

이창래 작가의 사사를 받아서 그런지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이창래 작가 작품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여성 작가 나름의 섬세한 느낌이 드는 문체가 독보적이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우아함과 이야기를 끌어내는 힘이 왜 평단에서는 여성 단편 소설의 대가라 불리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Alice Munro와 다른 여성 단편 소설 작가 Karen Russell 비교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Skinship> 책을 내면서  "A Korean American reader"를 생각하면서 썼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세세하게 한국의 문화와 다양한 이민자들의 일상과 삶을 단편 소설들에서 다루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이민자 독자들에는 그녀의 책은 그들이 미국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들에게 '있을 법한 이야기의 익숙함'을 말하고 있다면, 미국 독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못 사는 동네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한국인 노부부, 아버지의 폭력에 미국에 있는 버지니아 이모집으로 이사 온 중학생 소녀, 뉴욕 퀸즈에 있는 다양한 이민자들이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초등학생, 치매에 걸린 한국 남편과 한국 아내, 백인 가정에 입양된 한국인 입양아, 암으로 엄마를 잃어버린 자매 이야기 등등 우리에게는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민자들의 이야기 있는데, 이런 이민자들의 이야기들을 찰나의 사건을 통해, 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는 장면, 교회 부흥회 전단지를 보는 장면 등등, 그런 사소한 사건 밑에 층층이 쌓여 있는 이민자들의 경험들을 이야기 속에서 서서히 풀어나가고 있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 다양한 이민자 캐릭터들을 통해 한국 이민자들이 겪는 이주에 대한 감정적 변화와 고통 또는 가족 간의 관계 그리고 변화를 예술적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하겠다.  

 

8개의 단편 소설 중에서 다른 단편 소설들도 좋았지만, 책의 타이틀이 되었던 <Skinship>과 <The Art of Losing>이 가장 인상 깊었다.  특히나 <The Art of Losing>은 그녀의 초기 단편 소설이면서, 2018년 The Best American Short Stories에 선정되고, 그리고 그녀가 Stenger 휄로우십을 받을 때 내었던 소설이다. 단편 소설이 보여 줄 수 있는 매력을 잘 보여준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점의 변화부터, 타이틀에 맞는 소설의 전개와 사건들, 그리고 독자들의 허점을 찌르는 크라이맥스까지 긴장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단편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단편 소설이라고 하겠다. 

<Skinship>은 이민자 가족들의 복잡한 관계와 사회 계층과 미묘한 감정들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 좋았다. 

특히나 폭력적인 아버지를 피해 버지니아에 있는 이모네 가정에 얹혀살면서 서서히 이모 가족들을 돌보는 식모가 되어버리는 엄마를 중학생 소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장면은 이 작품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다. 빨래를 개는 장면은 소설에서 말하는 "Show, don't tell" <보여줘라, 말하지 말고>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말하지 않아도 빨래를 개는 엄마를 보는 소녀의 복잡한 감정과 현실을 그대로 독자가 받을 수 있도록 작가가 공들여 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의 옥에 티라라면, 한국 독자로 읽다 보니, 소설 속 팩트 확인을 안 한 부분이 거슬리기도 했는데, <The Church of Abundant Life>에서 1970년대 군 복무 기간이 2년제라는이 이야기 속에는 단 한 문장으로 나왔는데,

"The young man emerging from their mandatory two years of army service..." (p.24).

그 당시 군 복무 기간은 3년에 (33개월) 가까운 시간이었기 때문에, 편집자의 팩트 체킹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 First Language> 여자 주인공이 198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교포 선생님과 잘못된 관계를 맺고 아이를 갖는 부분에서는 English Program In Korea (EPIK) 이 활성화된 시점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였고, 1980년대에는 고작 한 해, 200에서 30명 정도의 외국인 선생님들이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보내졌었다. 그래서 평범한 여고생이 원어민 선생님 만난다는 설정 가능성이 많이 떨어져서, 이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언급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했던 부분이었다.    

아마도 이런 부분은 미국 독자들은 모르겠지만, 한국 독자로는 살짝 거슬리는 설정이 작가가 아름답고 예술적인 쌓아 올린 이야기들이 너무 허구적으로 보이는 부분이라 나에겐 편집자의 능력과 실수가 안타까웠다. two가 three만 바뀌면 완벽한 이야기였는데 말인데 말이다. 

 

이런 작은 실수만 뺀다면 단편 소설이 주는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다 갖춘 작품이라 좋았던 작품이었다.

이민자의 삶은 어쩌면 과거의 한국의 나와 새로운 세상에 온 나에서 오는 관계의 갭과 기회를 찾아온 새로운 세상, 새로운 문화, 새로운 언어에 적응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없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런 이민자들의 삶을 Skinship 단편 소설들로 가장 일상의 자리에서 다양하고 아름답게 엮어냈는데, 이민자들의 삶을 미국 독자들이 생각하는 불행한 과거와 나라를 탈출해 미국에서 성공하는 신파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이민자들의 인간 군상으로 잡아낸 것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평범하지 않게 그려낸 작가의 글쓰기가 너무 좋았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쓸지 앞으로 미래가 더 기대되는 작가라고 하겠다.   

한국 이민자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면, 특히 미국에 있다면, 특히나 단편 소설을 좋아한다면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참고로 스킨십 Skinship은 한국과 일본에 쓰이는 단어로 영어에는 없는 단어이다. 

엄마가 아이를 쓰다듬는 듯한, 또는 친구끼리 손을 잡는, 애정이 깃든 신체적 접촉을 말한다. 

Skin과 Kinship이 융합된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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