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끝냈다. 내 생각엔 처음엔 한국어로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을 읽으니, 영어로 예전에 읽었었나 보다. 마지막 장 라인들이 다시 읽는 느낌이었으니까. 역시나 조지 오웰이구나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다음 책은 무엇을 읽을까 하다가 어차피 동물 농장을 시작했으니 <1984>를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늘부터 다시 또 읽고 있다. 생각해보니 작년 도서관 책 세일에 샀던 조지 오웰의 첫 소설 <버마 시절> Burmese Days도 있어서 7월은 조지 오웰과 보낼 운명인가 하고 있다.
원래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처녀작부터 쭈-욱 읽는 편인데, 연도별 보다 스타일로 읽어도 될 것 같아서 (이미 동물 농장과 1984를 읽어서 망했음) 일단 1984 재독이 끝나면 버마 시절을 읽기로 했다.
The Elements of Style을 필사하고 있어서 그런지, 조지 오웰의 간결, 명료한 문장이 너무 와 닿는다.
나는 질질 끌고,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문체보다는 본질을 명확하게 집어 주는 문체가 더 좋아서, 조지 오웰과 E.B. White의 문장을 너무 좋아한다.
불분명한 전달을 싫어했던 그의 성격에, 몇몇 사람들에게는 그의 문장은 굉장히 직설적이고도 투박할 수도 있지만, 그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투박하지 않다. 굉장히 경험을 통한 깊은 사고와 성찰을 필요로 한 그의 예리한 통찰력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섬세하게 짜여있어서, 그 섬세한 이야기들이 내 생각을 집요하게 잡아 끄는 느낌이 든다.
문득, 요즘 제일가는 논설가 말콤 그래드웰과 조지 오웰의 논설에 대한 생각 해 봤었다.
말콤 그래드 웰은 다른 생각의 문들은 다 닫아 놓고 자신의 문을 열고 '자 이리 와봐, 내 말이 맞다니까'라는 느낌이라면,
조지 오웰은 기존의 문과 다른 문을 살포시 열어 두고 '이것도 한번 들어보면 어때?'라는 느낌 같다.
둘이 비슷하게 명료하면서도 간결하게 문체를 쓰는데 그들의 논설을 풀어가는 느낌은 전혀 틀리다.
물론 둘은 인문학 서적을 쓰는 작가와 소설을 쓰는 작가라 그들이 쓰는 글 장르부터 틀리지만 자신의 논설을 어필하는 점에서는 비슷해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그의 에세이 책도 구하고 싶은데, 이 시기에 사고 싶은 책은 많고 예전처럼 싸게 책을 구입할 수 없어서 괴롭다.
현재는 집에 있는 책을 읽는 중인데, 역시나 책 중독자답게, 한 작가가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하면 그 작가의 연도별 작품을 다 사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다.
조지 오웰의 책을 연도 별로 내 책장에 꽂아 보고 싶은 마음.
전에는 책 값보다 책을 둘 공간에 고민했다면
요즘은 책 둘 공간보다 책 값에 고민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랄까, 인터넷으로 그의 유명한 에세이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와 Why I Write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책으로 사고 싶은 이 책 중독자의 소망.
요즘 책에 너무 집착하지 않냐?라는 말을 듣지만
그런 소리는 초등학교 1학년 셜록 홈즈 40권 전집을 아버지에게 선물로 받고 한 서너 번 돌려봤을 때부터 들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초등학교 5-6학년 때 용돈을 모아 아가사 크리스티 50권 넘는 책을 모으기 시작했을 때부터 들어야 하지 않았을까?
결론은 그냥 책에 집착하는 게 나.
그러니까 요즘따라 또는 이 시기라서 책에 집착하는 건 아니라는 것.
사실 학교 다닐 때 보다 더 느슨하게 읽는 것 같다. 그때는 정말 학교 다니는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읽었는데, 점심 먹을 때나, 학교 주차장에서 수업 시간 될 때까지 읽었는데, 최근엔 게을러져서 꾸준히 읽기보다 몰아 읽고 있어서 반성중이다.
원서 리뷰도 해야 하는데... 리뷰가 너무 밀려서 걱정이다. 가끔 어설프게 쓰는 내 리뷰가 좋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너무 부끄러워서...;;; 더 밀리는 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아.. 왠지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랄까.
적어도 다음 주엔 리뷰 한 두어 개는 끝내도록 다짐해 본다.
조지 오웰을 좋아하시는 분을 위해 조지 오웰 파운데이션 사이트: https://www.orwellfoundation.com/
조지 오웰의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단체로 매년 조지 오웰 이름으로 상을 주고 있으며, Resource 부분을 가면, 감사하게도 조지 오웰의 에세이와 다른 기고문을 볼 수 있고, 또한 조지 오웰이 쓴 일기를 블로그 형태로 만든 조지 오웰 일기도 있다.
나에겐 놀이터 같은 곳이다.
일단 7월은 조지 오웰과 보내는데 힘을 다 해 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Grit은 빨리 끝내고 싶은데, 조지 오웰 때문에 더 늦게 읽는 감이 있다.
'책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 근황- 책 읽기와 학교 (36) | 2020.10.15 |
---|---|
책 읽기가 싫어 지는 때 (28) | 2020.08.03 |
책 중독자의 책장 투어-부끄러운 책장 공개 1 (28) | 2020.06.29 |
2020년 책 구입과 생각들. (34) | 2020.01.14 |
애드센스 고시 시작과 통과 이야기 (33) | 2019.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