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사들였던 책들이 책장에서 흘러넘치기 시작하면서, 작년부터는 되도록 책 구입을 줄이고, 도서관을 이용하기로 했었다. 내 욕심과 이기심에 구입했던, 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서 마룻바닥에 쌓여 올려지던 책 탑들이 점점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가지고 있는 책들로 책장에 효율적으로 놓을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이중으로 책을 넣어버렸지만, 흘러넘치던, 쌓아지던 책들은 어느 정도 자신들 자리를 찾아갔고, 책으로 뒤 덮여 있던 마룻바닥도, 집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정리가 된 책장을 보며, 깨끗해진 마룻바닥을 보면서 책 사는 빈도가 많이 줄었다. 자책감과 뿌듯함 때문이리라.

 

작년부터는 비문학 도서는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좋으면 사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했기 때문에, 2019년에는 2018년보다 작은 양의 책을 샀던 것 같다. 일부러 책 구입 권수를 세지 않았다 세기 시작하면 너무 자책감이 들어서. 

 

대신 도서관에서 빌릴 수 없는 책들에 대한 묘한 집착이 생기기 시작했다. 

 

남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줄까 물어봤을 때, 그동안 읽어 보고 싶었던 비 문학 책들 사기로 했다.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 대부분 Second Language Acquisition에 관련된 것들이라 너무 마이너 하다 보니 비쌀 수밖에 없었다. 중고 책을 뒤지고 뒤졌지만 가격이 꽤 있어서 망설였는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명목이 생겼으니, 죄책감 없이 구입을 하기로 했다. 대신 열심히 읽어주기로 결심했다. 

 

가끔 이런 책들을 사면 전공을 다시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미국에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학교 부채를 못 갚아 빚더미에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원하는 공부를 하는 게 사치다.

 

대학원을 다니는 학교 친구는 현재 학교 부채가 7천5백만 원. 

박사 학위까지 생각하고 있어서 박사 프로그램 펀드 받으면 다행이지만, 만약을 생각해 부채 1억 원까지는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파이낸스 라디오 쇼를 보면 학교 부채 1억 원으로 전화하면 보통인가 싶더라.

의과대학은 기본 4-5억, 변호사는 2억은 깔더라는.   

 

사립 대학교 졸업한 또 한 친구는 2년 동안 자신이 돈을 벌며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녀서 부채 없이 3학년에 편입했는데도 졸업하면서 학교 부채가 3천5백만 원.

졸업과 동시에 6개월 후에 다달이 50만 원을 갚아야 한다고 한다. 갚는데도 몇십 년이다. 

 

그러고도 과연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지 미래도 불 투명하고, 그 직업이 학교 등록금을 다 갚고 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게 된다.  

내 나이를 고려해 내가 투자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을 생각하면, 원하는 공부는 시니어 디스카운트 받을 때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가 되면 학교가 좀 더 싸졌으면 좋겠지만, 매 학기 올라가는 학비를 내니, 시니어 디스카운트가 유일하게 싸게 학교 다니는 방법일 것 같다.  

 

그래도 좋은 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는 거. 그래서 더 책에 집착하게 되나 보다. 

 

영어에 대한 고민, 호기심, 불안감, 모두 다 찾고 싶다.

 

이럴 때는 영어로 책을 읽는 게 참 고맙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싶다.

하나는 거의 논문집이라, 제2외국어 습득 전문 용어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읽기로 해 본다.

Collocation 책은 한번 보고 싶었던 책이라 사봤는데, English Vocabulary in Use와 살짝 겹치면서도 Collocation 관점으로 묶어낸 책이라 여름 방학 때 한번 쭈욱 해볼까 생각 중이다. 

 

이번에 산 4권 책 가격이 거의 10만 원이었다. 한 책은 대학 교재로 쓰이는 책이라 중고도 없고, 새 책을 사야 해서 거의 4만 원 넘게 주고 구입을 했다. 그래도 엄청 읽고 싶었던 책이었으니, 만족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남편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사고 싶었던 비디오 게임 확장팩을 2개 다운 로드 받는 것으로.

내 책 보다 쌌다. 

 

책 갖다 버리라는 소리보다 책장을 하나 더 사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해 주는, 내 취미 생활을 존중해 주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고, 나 또한 남편의 취미 생활을 존중해 주고 있다. 

 

올해 책 구입은 이렇게 4권으로 시작했는데, 목표가 작년보다 더 조금 덜 사고, 더 많이 읽는 거. 

열심히 한 장씩, 한 장씩 책 읽기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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